안녕하세요, 콜레주 드 프랑스 한국학 연구 도서관에서 소식 전합니다 :)
KF 글로벌 도서관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11월 5일에 이곳에 파견 된 김근영입니다. 누가 시작 아니라고 할 까봐 더 마음 쓰고 분주하고 또 설레었던 한 달이 너무나 빨리 지나갔습니다. 저에게 이번 인턴십의 가장 큰 목표는 제가 이 업무와 정말로 맞는지, 잘 해나갈 수 있을지 열 달이라는 시간 동안 진지하게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입니다. 전공 공부를 오랫동안 놓고 있었음에도 다시 이 분야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곳이 빠리의 한국학 연구소라는 점이 너무나 기쁩니다. 자, 그럼 제가 하는 일과 보고 느낀 것들을 좀 더 나눌께요.
1. 콜레주 드 프랑스 한국학 연구 도서관
일단, 콜레주 드 프랑스는 1530년에 프랑수아 1세에 의해 설립된 고등교육기관입니다. 더불어 수준 높은 강의를 모든 이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열린 교육기관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크게 중앙부서와 연계된 7개의 부서로 나눠져 있으며 학술구조는 교수님들과 연계된 연구소와 도서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국학 연구소는 중국, 일본, 인도, 티벳과 함께 동양학 연구소의 하나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장서 규모는 3만 권 정도이고 지금은 담당 선생님, 조교 선생님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2. 주요 업무
전반적으로 도서관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그리고 가장 먼저 필요한 일들을 배우면서 첫 달을 보냈습니다.
1) 로마니제이션
저뿐만 아니라 ‘글로벌’ 도서관에서 일하시는 분들 모두 피해갈 수 없는 건 아마도 로마니제이션이 아닐까 합니다. 말 그대로 한글로 된 자료도 외국인 이용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로마자로 표기하는 방법입니다. 최근 들어 출국 전에 도로 표지판에서 표기된 문자를 보고 왜 영어를 저렇게 적어 놓았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로마니제이션이었던거죠. 예를 들어, 부산을 알파벳으로 적을 때 보통 Busan으로 줄곧 적어 왔는데 요즘에는 Pusan으로도 많이 쓰는 것을 볼 수 있잖아요. 전자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우리가 적어왔던 방법이고 후자는 로마니제이션 규칙에 따른 표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카탈로깅
도서관에서 카탈로깅은 정말 기본이자 핵심 업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도 한 달동안 계속 카탈로깅 하는 법을 연습하고 익히고 있습니다.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는 ALEPH라는 시스템을 통해 자체적으로 자료를 관리해 왔지만 지난해부터 SUDOC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국가 차원에서 자료를 관리하게끔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시는 것처럼 이용자가 SUDOC을 통해 자료를 검색하면 해당 자료가 어느 도서관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자료를 카탈로깅하게 되면 PPN이라는 자료의 고유 번호가 생성되는데 이는 곧, 더 이상 카탈로깅이 자관의 독자적인 일이 아니라 암묵적인 협업이 되는 과정이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형태의 업무를 서지통정이라고 하던가요..?) 그만큼 실수하지 않아야겠기에 부담도 되지만 이런 업무에 직접 참여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보람도 느끼고 있습니다.
3. 느낀점
앞서서 로마니제이션에 대해서 얘기했었는데요, 다른 도서관 인턴분들도 저와 같은 어려움을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바로, 표기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료를 입력하다보면 한글의 특성상 조사와 단어 단위로 띄어 쓰기를 할 것인가 의미단위로 띄어쓰기를 할 것인가, 영어권의 경우처럼 모든 글자마다 띄어쓰기로 표기해야할 것인가 등의 갈등을 겪곤합니다. 예를 들어 ‘방법론’이라는 단어를 로마니제이션 하면, Pangbŏmnon이 되는데, ‘회의론’의 경우는 Hoeŭiron이 됩니다. “론”이라는 단어 자체가 의미가 있기 때문에 띄어쓰기를 할 것인가 그리고 이때 non/ron 등의 표기는 통일할 것인가 등의 의문점이 있는거죠. 그러나 이런 문제를 선생님들도 전부터 느껴 오셨기 때문에 다시금 회의하면서 함께 고민하고 약속을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로마니제이션 규칙을 벗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사소해 보이는 띄어쓰기, 철자 등에 확정된 틀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공식적인 지침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작부터 너무 거창하게 말하는 것은 아닌가 조심스럽지만 이렇게 나누고 더 나은 대안을 찾아가는 것이 이번 인턴십이 주는 장점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달을 스스로 돌아보자면… 말 그대로 해외 도서관 실무자들의 어려움을 나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짜릿했던 한 달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가서 뭘 해야 하나 걱정하던 것은 안녕~입니다. 적어도 내가 인턴활동을 마치기 전에 해야 하고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큰 크림을 그리게 되었거든요. 그럼, 다음 번에도 소식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