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환희입니다.
아시아부 한 켠에 자리를 튼 이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랴 업무들 처리하랴 그동안 꽤나 정신이 없었네요. 업무 시작일보다 약 열흘 정도 일찍 입국했으니, 이제 미국 생활이 근 한 달이 되어갑니다. 활동기 작성이 다소 늦어짐에 너른 이해를 구합니다.
아래 활동기들을 훑어보니, 숙소 구하는 과정으로 글머리가 열리는군요. 객지에서 처소를 마련하기란 언제든 어디서든 참으로 지난한 일인가 봅니다. 저 역시 꽤나 고생스러웠습니다. 특히 유동인구가 상상을 초월하는 맨하튼과 그 인근 지역에서 적당한 숙소를 찾기란 호락호락한 일이 아닙니다. 더우기 현지 실정에 익숙치 않은 외지인에게는 두말 할 나위가 없겠지요. 실제 Craiglist를 통해 한국에서 방을 구해오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제가 겪은 한 에피소드를 예로 말씀드리겠습니다. Craiglist에 Rent 정보가 올라왔습니다. 3일 내내 리스트를 실시간으로 주목하고 있던 저는 게시물을 확인했습니다. 적당한 지역에 합리적인 가격이라 생각되어 전화를 걸었습니다. 통화를 통해 들을 수 있었던 답은 “Oh, it is already taken. Sorry.” 게시물이 등록된 지 45분만의 일이었습니다.
이외에도 몇 가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다행히 적당한 숙소를 구하였습니다. 맨하튼 인근의 퀸즈 아스토리아(Astoria)라는 지역입니다. 박물관까지 통근시간이 지하철로 대략 30분 정도이니 꽤나 만족스럽습니다. 다만 방이 한국의 고시원 수준에 불과해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요.
저에게 부과된 주요 업무는 2013년 가을 전시 예정의 한국관 특별전을 지원하는 일입니다. 특별전을 담당하고 있는 큐레이터 Soyoung Lee의 어시스턴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처음 한 일은 전시 유물 Checklist 의 국문 번역 및 검토, 수정 작업이었습니다.
Checklist는 전시될 또는 전시되기 희망하는 유물의 각종 정보들을 정리한 목록입니다. 유물의 이미지, 유물명, 제작시기, 크기, 소장처 등 기본적인 정보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미 작성되어 있던 1차 영문 리스트를 건네 받았습니다. 저는 먼저 한국 담당자들과의 보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이 리스트를 국문으로 번역하였습니다. 각각의 유물들을 일일이 도록 출판물들과 비교 검토하는 작업이 수반되었습니다. 그리고 1차 리스트에서 발견된 오류 사항들을 검토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거쳤습니다. 잘못 기재된 소장처, 누락된 유물번호, 출토지 오류, 국문 로마자 표기 등등이 정정 대상이었습니다. 이후 수정된 사항들을 반영한 새로운 영문 체크리스트를 제출하였습니다.
체크리스트 번역, 검토 작업을 마친 후, 새로이 착수한 작업은 특별전과 관련된 Bibliography list 작성입니다. 현재는 그 예비 과정으로써 관련 지역의 고고학 보고서, 해당 시대 한국사 일반 학술 논저들, 관련 주제의 미술사 최신 연구들을 수집, 검토, 정리하고 있습니다. 상당한 시간을 요하는 일이기에, 아마도 한동안은 이 작업에 매진해 있을 것 같습니다.
관련 논저들을 수집하면서 제가 겪었던 한 가지 어려움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한국학 관련의 Database를 구독하지 않아 논문 검색 및 원문 다운로드가 용이치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부득이 모교의 도서관 접근권을 졸업생 신분으로 구입하여 관련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큐레이터 선생님을 통해 박물관 도서관에 누리미디어와 한국학술진흥재단 데이터베이스 구독을 건의, 요청한 상태입니다. 이에 박물관의 메인 도서관인 Watson Library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회신하였지만 예상보다 비싸다는 답신도 받은 바 있어 그 결정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덧붙여 아시아부 담당 사서에게서한국 미술사 관련 전문 학술 출판사를 소개해달라는 부탁에, 몇 군데를 생각나는 대로 일러 주었습니다. 메트로폴리탄에 한국학 관련 자료들이 더욱 보강되기를 기대합니다.
이외에도 저의 활동 중 하나는 Fellowship Program의 참여입니다. 메트로폴리탄은 매년 다수의 Fellow들을 선발하여 그들의 연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학술적, 재정적 지원은 물론 펠로우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메트로폴리탄과 저의 담당 큐레이터는 감사하게도 제가 이 프로그램들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습니다. 저는 이를 통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전해주는 경험과 노하우들의 일각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된사항들은 다음 기회에 보다 상세히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다 전하면 활동기에 적시할 밑천이 다 떨어질 것 같아서요.)
감사합니다.
ps. 엊그제 올린 게시물 수정이 반영이 잘 되지 않는 것 같아, 기존의 글을 삭제하고 수정사항이 반영된 글을 새로이 등록합니다. 전시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항들을 적기에는 아직 시기상 본 게시판의 공개적인 성격에 맞지 않아 몇가지 내용들을 수정하였습니다. 혼란 없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