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KF 인턴십으로 워싱턴 우드로 윌슨센터에서 주니어 스칼러로
연구중인 이채령이라고 합니다. 8월에 한국을 떠나 워싱턴에 온지도 3 주나 지났네요.
짧은 시간이지만 이것 저것 우여곡절이 참 많았어요. 그 많은 이야기들을
여기 활동게시판에서 조금이나마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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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이번 미국 인턴십은 나에게 있어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8년 전에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미국 고등학교에서 공부한 적이 있다. 적극적인 성격 덕분인지 미국 고등학교 생활은 내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간으로 기억될 정도이다. 하지만 그 후 여러 가지 가정사정으로 인해 자의와는 상관없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 당시 공항을 떠나오면서 다음에 올 때엔 반드시 무엇인가를 성취해서 미국땅을 밟으리라는 다짐을 했었다. 그 성취가 무엇이 될는지 그 당시엔 잘 몰랐지만 그런 다짐을 굳게 하며 아쉬움을 접고 한국 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로부터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어느덧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평화안보를 전공하는 20대 중반의 대학원생이 되어있었다. 그런 나에게 국제교류재단의 글로벌 인턴으로서 장학금을 받으며 나의 전공을 연구하러 가게 된 이번 미국 행은 7년 전 어린 마음에 다짐했던 그 목표를 충분히 달성하고도 남을 일이었다. 미국 정치와 행정의 중심인 워싱턴에서 재단의 지원을 받으며 자유롭게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인턴십 합격 이후 흥분을 주체하기 힘들만큼 가슴이 설렜다.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 도착!>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계획을 세우며 13시간의 비행 끝에19일 금요일, 드디어 워싱턴 Dulles 공항에 도착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때부터 집을 구하는 날까지 매일매일이 고군분투의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가장 큰 문제는 우선 집을 구하지 못했다는 데 있었다. 미국은 전세란 개념이 없는데다 워싱턴의 월세는 가히 뉴욕의 그것과 같으면 같지 결코 낮은 수준은 아니었다. 도착한 첫날부터 발톱이 빠지도록 돌아다녀도 D.C. 내에서 $1000 이하의 월세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이 자리를 빌어 집을 구함에 있어 여러가지의 사건들이 있었는데 이번 나의 경험을 통해 몇가지 주의를 당부하고 싶다.
나는 한국에서 먼저 집을 구해서 미국에 오기 위해 미국 내 인기 직거래 사이트인 Craigslist를 사용하여 집을 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저렴한 가격에 위치도 좋은 Rossyln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살고 살기 좋은 동네임)에 사는 여자 룸메이트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무언가 가격이 너무 싸다는 게 이상해서 룸메이트와 이메일을 주고 받게 되었는데 통상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질문들, 예컨대 나의 키를 물어본다든지, 헤어진 남자친구에 대해서 물어본다든지 하는장문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그러던 중 그 사람의 이름을 Facebook으로 검색해 보았는데 알고 보니 내가 그동안 당연히 여성이라 생각하고 있던 룸메이트가 사실은 Drag Queen(여장남자)이었던 것이다. 헉,,
충격이 컸다. 이 뿐만 아니라 미국의 특성상 동네의 치안상태나 분위기가 한 블럭만 넘어가도 금방 변하곤 했는데, 한번은 영문도 모르고 밤 10시에 (그 동네 미국 사람들이 잘 안돌아다니는 시간) 우범지역으로 집을 보러 갔다가 내가 이러다 인턴십은 커녕 납치당해 바나나 농장으로 실려가는 건 아닌가 싶어 얼른 지하철로 돌진한 기억이 난다. 또 한참 집들을 보러 다니던 8월 말, 미국 동부에 허리케인 Irene이 불어 닥쳤다. 하지만 집을 얼른 구해야 된다는 일념만으로 우산을 쓰고 나갔다가 우산이 다 뒤집어 지면서 날라가고 나도 바람에 실려 날라갈 뻔 하다가 많이 먹어둔 탓에(ㅎㅎ) 다행히 빗속을 헤치고 월셋방을 보러 간 적도 있다. 그 당시에 미국 사람들은 집에 꽁꽁 숨어있느라 그 넓은 도로에 나밖에 없었던 것이 생각난다.
사실 지금 분석해보면 D.C에서 집을 구하기 힘든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D.C.는 미국의 정치, 행정의 중심인 만큼 관련 직업이 많고 때문에 많은 외부인들이 그 job을 위해 모여드는 곳이다. 어느 모임에 가서 이야기를 해 보아도 D.C 토박이는 그 모임의 20%를 넘을 적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특히 젊은)사람들이 워싱턴에 있는 직장 근처에서 집을 구하려다 보니, 공급이 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건 당연한 것이었고 한국 고시원만한 방하나에 $1000을 요구하는 것도 당연한 논리였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곳은 대중교통이 가까우면서 D.C.가 아닌 다리 하나만 건너면 있는 Virginia 에 집을 구하는 것이었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땐, 버지니아가 어디고, 메릴랜드가 어디인지 전혀 감이 안 왔었는데 도착해서 안 사실은 Virginia는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D.C와의 접근성이 좋고 워싱턴 지역을 잘 아는 많은 사람들이 치안과 주거환경이 더 나은Virginia에 살면서 출퇴근을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나도 장장 2주의 House Hunting 끝에 공기좋고 사람좋은 Crystal City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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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집은 구했고, 다음번엔 윌슨센터이야기와 쏘쎨라이프에 대해 올리겠습니다. ㅎㅎ
그런데 왜 사진이 안 올라가는걸까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