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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만나는 한국문화] 클리블랜드미술관이 새롭게 조명하는 조선의 자수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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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만나는 한국문화] 클리블랜드미술관이 새롭게 조명하는 조선의 자수예술

조선의 자수예술은 흔히 규방문화를 중심으로 해석됩니다. 규방은 남녀 구별이 엄격했던 조선시대에 여성이 거처했던 공간입니다. 바깥 출입이 자유롭지 않았던 양반가 여성들은 규방에 머물며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바느질을 했습니다. 그 규방에서 탄생한 여성 예술가들의 문학 작품, 그림, 공예는 오늘날 규방예술로 조명 받고 있습니다. 특히 주머니와 보자기처럼 실용성과 예술성을 함께 갖춘 규방공예는 한국자수의 정수로 일컬어집니다.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미술관에서는 한국자수의 전통을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서울공예박물관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황금바늘: 한국의 자수예술>(Gold Needles: Embroidery Arts from Korea) 특별전에서는 골무, 보자기, 활옷, 자수병풍 등 18~19세기 여성작가들의 공예품 70점을 선보입니다. 클리블랜드미술관은 한국 유물을 다수 소장하고 있는 곳으로, KF는 2013년 이곳에 미국 중부지역 최대 규모의 상설 한국실을 설치하고 한국인 큐레이터를 파견했습니다. 2017년에는 조선시대 책거리 병풍 걸작을 소개하는 순회전을 개최하여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한국미술에 꾸준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온 클리블랜드미술관은 이번 특별전을 통해 규방문화로 대표되는 조선의 자수예술을 새로운 시선으로 조명하고 있습니다.


주요 전시품으로 공개된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품 활옷은 규방의 여성들이 추구한 화려하고 발랄한 미감을 보여줍니다. 미국의 동양미술사가인 랭던 워너가 1915년에 한국에서 구입한 이 작품은 화려한 색실로 수놓은 모란, 나비, 봉황 등의 다양한 문양으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디트로이트 아트 인스티튜트 소장의 병풍 <십장생도>와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품 <준이종정도>는 여성 자수장과 남성 화원이 함께 완성한, 조선시대에는 흔치 않은 협업 사례로서도 의미가 큽니다.


클리블랜드미술관의 설명에 따르면 19세기 말에는 자수가 이미 규방 바깥으로 확장된 양상을 보입니다. 규방 자수가 상업화되면서 남성 자수장의 활동이 활발해졌습니다. 이번 전시는 남성 중심의 사회에도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 다양성이 조선 자수의 변화를 이끌었다는 점을 주목합니다. 안채를 둘러싼 높은 담장을 넘었고 이제는 바다를 건넌 조선 여성의 삶과 예술세계가 이국의 대중에게 색다른 감동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이 전시는 10월 25일까지 계속되며 클리블랜드미술관 홈페이지(https://www.clevelandart.org/exhibitions/gold-needles-embroidery-arts-korea)에서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품 활옷(114.3ⅹ174cm, 19세기 후반). 활옷은 조선시대 여성 혼례복이다.

글 김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