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권 한국학회 창립은 한국국제교류재단 베를린사무소 주관으로 2008년 독일어권 한국학자들이 만나 한국학 발전 방안을 논의한 것이 시발점이 되었다. 이어 베를린사무소 공동주관으로 본대학에서 제2차 워크숍이, 베를린자유대에서 제3차 워크숍이 개최되었고 이의 결과로 3년 만에 독일어권 한국학회 창립으로 결실을 맺게 되었다.
열악한 상황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한국학 분야
중국학과 일본학에 비하면 한국학은 아직까지도 학과의 규모나 연구 인력이 훨씬 뒤지는 것이 사실이다. 독일 대학들에 설치되어 있는 일본학 정교수직의 수가 현재 40개를 넘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한국학이 중국학과 일본학에 비해 얼마나 미약한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베를린과 보쿰대에 설치된 한국학 정교수직과 아직 공석인 함부르크대의 한국학 정교수직 등 3개가 독일 내의 한국학 정교수직의 전부다. 프랑크푸르트대와 튜빙겐대에 주니어 교수직이 새로이 설치되었지만 일본학과 중국학에 비하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먼 것이 독일어권 한국학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불과 몇 년과 비교할 때 현재 독일어권의 한국학은 교육과 연구 모두에서 분명히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한국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수가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 관련 수업이 교양 과목으로 제공되면서 한국 관련 졸업 논문을 쓰려고 하는 다른 학과 학생들의 수도 늘고 있다. 더불어 한국어를 교양 과목으로 신청하는 학생들의 수도 증가했다. 그 결과 2009년까지 프랑크푸르트대에서만 실시하던 한국어 능력시험을 2010년부터는 프랑크푸르트대와 베를린대 두 곳에 분산하여 실시하게 되었다.
한국학의 새로운 발전을 이끌 독일어권 한국학 연구자들의 공동체
이러한 변화를 고려하여 독일어권에서 한국 관련 연구와 교육에 참여한 학자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제안이 2009년에 열린 한국학 워크숍 종료 후 평가회의에서 제출되었다. 이러한 제안을 하게 된 동기는 한국학의 경우 중국학이나 일본학과 달리 연구진과 교수 요원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은 데에 있었다. 따라서 한국학을 제공하는 각 대학에서 다양한 분야의 강의를 제공할 수 없으므로 각자 다양한 분야를 전공하는 한국학자들이 함께 모여서 학생들에게 한국학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장을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그에 따라 독일어권에서 한국과 관련된 강의를 하는 모든 학자들이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최선의 방법이 한국학회를 설립하여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것이라는 제안 설명이 제출되었다.
2009년의 회의에서는 한국학회 창립 문제를 2010년의 한국학 워크숍에서 최종 결정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베를린 자유대 한국학과에서 그 준비 작업을 담당하기로 했다. 1년의 준비 기간 동안 회칙 등 학회 창립에 필요한 요건들이 갖추어졌고 2010년 11월 5일과 6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3차 한국학 워크숍 종료 후 열린 한국학자들의 모임에서 ‘독일어권 한국학회’를 창립하기로 했다. 이 학회의 발기인은 총 23명이었고, 발기인들은 보쿰대의 마리온 에거트 교수를 초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이렇게 발족한 독일어권 한국학회는 앞으로 한국학 대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한국학자들, 그리고 한국을 연구하는 다른 분야의 학자들 간에 소통과 교류를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다. 또한 학생들에게 한국 연구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장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학회는 독일어권에서 한국을 연구하는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연구를 지원할 의사가 있는 모든 사람들이 회원이 될 수 있도록 했다.
한국학회의 창립을 통해 그동안 메일링 리스트 등을 통해 느슨하게 연결되었던 독일어권의 한국학자들과 한국 연구자들이 공동체를 이루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 관련 교육과 연구의 질적 성장을 위해 공동보조를 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어권 한국학회의 발족은 이 지역에서 한국학의 새로운 발전을 이루어나갈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다.
이은정 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