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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을 들썩인 한국 대중문화의 한마당

베를린 자유대학 한국학과가 주관해 ‘학술의 밤(Long Night of Science)’의 일환으로 열린 한국 대중문화 행사가 반 짝이는 햇빛 속에서 사물놀이 소리와 함께 막을 올렸다. 베를린 소재 여러 대학들이 주최하는 학술의 밤 행사를 보기 위해 베를린 전역에서 전 연령층의 사람들이 찾아왔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행사는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베를린 자유대학에 한국학과가 설치된 것은 2005년의 일이다. 한국학과는 베를린 자유대학의 동아시아학 프로그램 중 그 역사가 가장 짧다. 그래서인지 이날 저녁 행사의 주제, ‘한국의 대중문화’는 더욱 참신하게 다가왔고,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행사를 즐겼다.



음악, 만화, 미술 그리고 비빔밥
정원에서 열린 사물놀이 개막공연이 끝나자 방문객들은 한국학과의 세미나실로 이동했다. 넓은 세미나실은 11세 박동명 어린이의 바이올린 연주를 경청하는 방문객들로 가득 찼다. 베를린에서 태어난 이 소녀는 세 살 때 처음으로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으며, 2008년부터 베를린 예술대학(UdK)에서 수학하고 있다. 영재 박동명 어린이의 훌륭한 공연에 이어, 한국학 전공생인 울프 아이크만이 한국의 컴퓨터 게임에 관해 이야기할 때에는 더 많은 관객들이 찾아왔다. 젊은이들뿐 아니라 마음이 젊은 이들 모두 관심 있게 강연을 들었는데, 강연에서는 몇몇 게임의 다양한 장면과 영상이 소개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한국의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게임(Massive Multip Online Games: MMOG)의 신기술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만화작가이자 한국학 전공생인 르네 샤이베의 워크숍도 인기가 많았다. 샤이베는 대단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관객들에게 만화 캐릭터를 어떻게 스케치하는지 가르쳐주었고, 실제 만화작가의 삶이 어떠한지 알려주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한국 만화 워크숍에 참가하고 싶어 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행사장 밖에서 열린 창문을 통해 워크숍을 보며 열심히 스케치하기도 했다.
한국학과 건물 지하에서는 더 많은 미술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주로 인상주의풍으로 식물과 꽃들을 그리는 화가 최미순의 화려한 유화 작품들이 지하의 하얀 벽을 장식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그림은 방문객들을 지하 층으로 끌어들였을뿐 아니라 그들의 식욕도 자극했다. 한국학과 학생들과 최미선 화가의 가족, 학과 직원들이 도우미로 나서서 비빔밥을 준비했다. 비빔밥은 너무나 맛있어 보였고, 방문객들은 독일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그 맛에 감탄했다. 다른 학과의 도우미들까지 한국 문화를 맛보기 위해 찾아올 정도였다.

다 함께 즐긴 한국 대중문화의 재미난 경험
워크숍이 끝난 뒤 사람들은 음악 연주를 듣기 위해서 다시 세미나실에 모였다. 한국학과 학생 몇몇이 현대적인 한국의 대중음악에 맞춰 함께 춤을 추면서, 한국 문화의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을 보여주었다. 이어 송화숙 선생은 이 주제를 좀 더 학문적으로 다룬 ‘한국의 대중음악’에 대한 강연에서 한국에서 널리 사랑받는 음악의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측면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 대중영화의 정치학을 다룬 강연도 개최되었다. 연극 영화학과의 연구조교 리(Lie)는 박찬욱 감독 같은 유명 감독의 영화를 통해 한국의 인기 있는 영화에 함축된 한국 사회를 정치적으로 진단하는 강연을 했다. 물론 학술의 밤 행사의 일환으로 한국 영화도 상영되었다. 어린이 관객들은 첫 번째로 상연된 <천년 여우 여우비>라는 만화영화를 보며 즐거워했는데, 이 영화에는 구미호와 외계인 그리고 사랑이 흥미진진하게 어우러져 있다. 이날 저녁에 두 번째로 상영된 영화는 멜로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었다.
저녁에 이뤄진 마지막 강연에서 이은정 교수는 독일에도 상륙한 것으로 보이는 ‘한류’의 배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강연을 마치자마자 이 교수는 ‘한국학 밴드(The Band of Korean Studies)’와 함께 작은 연주회를 열었다. 학술의 밤행사를 위해 특별히 결성한 한국학 밴드는 일곱 명의 학생과 강사들로 구성되었으며, 한국 노래와 록 음악이 재미있게 결합된 음악을 연주했다.



독일 땅에 한국학과의 뿌리가 단단히 내릴 그날을 위해
이번 행사의 목적은 한국 문화를 독일인들에게 소개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이번 행사를 통해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한국과 한국학에 관심을 갖게 되고, 한국학 분야에 대한 식견도 높아졌기를 바란다. 행사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모든 공연은 긍정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모든 강연마다 많은 이들이 참석했다. 또한 방문객 수에서 새롭게 기록을 깨뜨리며 450명이나 행사를 찾았다.
2008년 가을부터 한국학과를 이끌고 있는 이은정 교수는 이번 행사를 도와준 도우미들이 너무나 많아서 특히 기뻐했다. 30여 명 이상의 학생들과 모든 강사들이 참여해 행사 준비를 돕고, 음식을 장만하고, 방문객들의 질문에 대답해주었으며,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했다.
학술의 밤이 끝나갈 무렵, 참석한 이들 모두 한국 문화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은 역사가 짧은 한국학과로서는 대단한 성공이었다. 이 행사가 해마다 더욱 더 발전해 독일 지역에 한국학과가 뿌리를 내리는데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내년 학술의 밤에서도 베를린 자유대학 한국학과가 올해의 성공을 잇는 또 다른 놀라운 프로그램을 마련해 많은 방문객을 맞이하길, 그리고 바라건대, 내년에도 이번처럼 날씨가 화창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