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다채로운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아세안국가의 축제
글 _ 강대호(칼럼니스트)
역사가 오래된 축제에는 전통이 쌓여 있고, 흘러온 시간만큼이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축제가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을 이해할 수 있는 장이 되는 이유다. 아세안국가의 축제들이 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도 다채로운 역사와 문화를 가진 동남아시아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진 동남아시아의 전통문화 축제로 ‘물 축제’를 꼽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태국의 설날인 ‘송끄란’과 미얀마의 설날인 ‘띤쟌’이 서로에게 물을 뿌려주는 행사로 유명하다면 캄보디아의 물축제인 ‘본엄뚝(Bon Om Touk)’은 드래곤보트 경주로 유명하다.본엄뚝(Bon Om Touk)은 천년의 전통을 가진 드래곤보트 경주 대회다. 우기가 끝난 11월에 열리는 본엄뚝은 풍요로운 강의 축복에 감사하며 다음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도 가졌다. 화려한 색상의 각종 문양으로 치장한 400여 팀의 드래곤보트가 프놈펜에 모여 황토 빛 물을 가르는 모습은 일대 장관을 연출한다.
동남아시아가 주는 강렬한 인상 중 하나는 종교다. 특히 불교 신자가 인구의 70%인 라오스에서 ‘탓루앙 축제(That Luang Festival)’는 가장 성대한 불교 행사다. ‘탓루앙’은 부처님의 사리를 보관한 황금 탑 사원으로 라오스를 상징하기도 한다. 탓루앙 축제는 라오스 음력으로 12월 보름날 즈음인 매년 11월에 개최되는데 전국의 승려들이 탓루앙으로 행진하는 광경과 탁발로 불심을 다지는 모습은 엄숙하기 그지없다. 전통 의상을 입은 소수민족들과 라오스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탓루앙 축제는 불교의 평화와 화합 정신을 잘 보여주는 행사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그리고 브루나이처럼 무슬림 인구가 많은 국가에서는 라마단을 중요하게 지킨다. 라마단 금식 기간이 끝났음을 축하하는 하리라야(Hari Raya Aidil-Fitri)는 이슬람 문화권의 최고 명절로 브루나이의 ‘하리라야 축제’가 많이 알려졌다. 라마단이 끝나면 브루나이 사람들은 친지나 지인을 초청해 음식을 함께 나누면서 하리라야를 축하하는데, 브루나이 왕실은 하리라야 3일간 왕궁을 국민에게 개방한다. 이때 국왕은 모든 방문객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일일이 악수한다. 하리라야는 약 45만 명의 국민 중 10만 명 넘는 이가 왕궁을 방문해 국왕과 만날 정도로 브루나이가 들썩이는 축제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다. 그중에서도 발리섬은 힌두교 전통이 강해 힌두교 관련 풍속과 행사를 접할 수 있는 지역이다. 7월이 되면 이곳은 발리 문화의 진수를 모아 놓은 ‘발리 예술 축제(Bali Art Festival)’로 떠들썩하다. 발리 스타일로 장식한 화려한 거리 퍼레이드와 발리의 매력을 보여주는 각종 예술 공연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동남아시아는 전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인기 여행지다. 바다나 숲처럼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대자연이 큰 매력으로 꼽힌다. 때 묻지 않은 대자연을 닮은 사람들이 살아온 동남아 국가들에는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문화가 쌓여 있기도 하다.동남아의 오랜 전통이 녹여진 다양한 축제를 체험한다면 아세안국가의 매력에 깊이 빠져 헤어 나오기 힘들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