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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할 나위 없는 캄보디아의 의식주

아세안 라이프
더할 나위 없는 캄보디아의 의식주
 

글: 김종건

카카오 브런치 연재 작가. 저서로 『50대 청년, 대한민국을 걷다』 가 있으며, 『여기는 캄보디아입니다』 출간 예정.

 
 

 

 인도차이나 반도의 남서쪽에 위치한 캄보디아는 북서쪽으로는 태국, 라오스, 동남쪽으로는 베트남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면적은 1,810만 ha (남한 997만 ha)이며 인구는 2018년 기준 1,528만 명, 1인당 국민소득은 1,500달러(KOSIS 통계청 2018)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열대 몬순 기후로 건기(11~4월)와 우기(5~10월)가 뚜렷하며 연평균 온도는 28도로 매우 덥다. 국민의 90%가 불교를 믿는다. 1세기 말경의 푸난 시대부터 시작된 캄보디아의 역사는 앙코르 제국(802~1431) 시대에 가장 화려한 시기를 맞는다. 캄보디아 국민의 생활은 날씨, 종교 및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캄보디아의 의(衣)생활은 더운 날씨 탓에 입고 벗기 간편한 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옷은 허리에 둘러 발목까지 오는 치마나 바지다. 실크나 면을 사용하지만 요즘은 폴리에스터 원단이 많다. 이 치마 옷을 ‘썸뽓’이라고 하는데 그 위에 블라우스를 입고 끄러마를 걸친 여성을 농촌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끄러마’는 스카프의 일종으로 머리 위에 써서 논밭에 일하러 갈 때 더위를 피하고 햇빛을 가리는 것이 주 용도지만 때때로 수건으로도 쓰인다. 다양한 무늬의 끄러마는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관광 상품으로 프놈펜, 시엠레아프에서 많이 판매한다.

 

   평소 편안하고 실용적인 옷을 즐겨 입는 것과는 별개로, 이들의 결혼식 복장은 무척 화려하다. 여성은 화려한 무늬에 어깨가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고 남성은 무릎을 살짝 덮는 바지에 광택이 나는 셔츠 상의를 입는데 빨간색, 갈색, 노란색, 녹색 등의 다양한 색상과 기하학적인 문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러한 캄보디아 전통의상은 압사라 춤 의상을 볼 때 앙코르 제국 시대부터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 그림 1 > 캄보디아의 아침 시장
 

   캄보디아 길거리 시장의 아침은 활기가 넘친다. 고기류와 생선, 온갖 채소, 과일 등이 지천이며 가격도 싸서 넋 놓고 담다 보면 손에 들 수 없을 정도로 무겁다. 모든 과일이 먹음직스럽고 갓 잡아 올린 생선은 살이 올라 통통하다.

 

   이곳의 재래시장에는 냉장고가 없어 매일 아침 올라온 신선한 생선이나 소고기, 돼지고기를 오전에 모두 처리한다. 시장 안 먹거리 장터에서는 쌀국수나 쌀죽, 닭고기 덮밥 등으로 아침을 해결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입구에는 간식을 파는 노점상도 길게 늘어서 있다. 시장을 돌다 목이 마르면 사탕수수즙으로 만든 음료인 ‘뜩엄뻐우’가 제격이다. 뜩엄뻐우는 더운 날씨에 갈증을 해소해주는 자연 음료로 몸에도 좋고 가격도 상당히 싸다.

 
< 그림 2 > 쌀국수‘꾸이띠우’
 

   국민 대부분이 하루 세 끼를 먹는 캄보디아 식(食)생활은 우리와 비슷하다. 아침은 주로 돼지고기 뼈로 국물을 내고 고기와 채소를 얹은 ‘꾸이띠우’(쌀국수)와 ‘버버’(쌀죽)를 먹는다. 점심과 저녁에는 숯불에 구운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맨밥에 얹어 반찬 없이 간편하게 먹을 때가 많다.

 
< 그림 3 > 볶음밥‘바이차’
 

   이곳의 가장 대중적인 요리는 ‘바이차’라는 볶음밥으로, 우리 입맛에도 딱 맞는다. 돼지고기와 야채, 계란을 주로 넣지만 소고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쁘러혹은 젓갈류로 더위에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염장한 것이며 양념장으로도 만들어 먹는다. 생선을 짓이겨 오랫동안 썩힌 장류이기 때문에 향이 강하다. 외국인은 먹기 힘들지만 캄보디아 사람들의 지혜가 담긴 전통음식이다.

 
< 그림 4 > 캄보디아의 결혼식
 

   캄보디아에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는 바로 결혼식이다. 7~8명이 앉는 둥근 테이블에 순서대로 음식이 나오는데 처음부터 많이 먹으면 배가 불러 나중에 먹질 못한다. 톤레사프호에서 나는 생선은 이런 잔치에 꼭 반찬으로 나온다. 튀기거나 조린 생선요리는 크기도 매우 커서 한 테이블에 앉은 모든 이를 배를 불리기에 충분하다. 

 

   캄보디아에서 2년간 코이카 해외봉사단원으로 활동했던 나는 허름한 길거리 식당에서 파는 쌀국수로 아침을 해결하곤 했다. 점심식사는 학교 근처의 테이블 두세 개의 작은 식당으로 갔다. 흰밥에 양념한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얹힌 것, 반찬은 작은 종지에 절인 무나 망고가 나온다. 흔히 캄보디아 쌀을 풀풀 날아간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물을 자작하게 부어 30여 분 불린 후 밥을 하면 무척 차지다. 밥이 맛있으니 반찬이 적은 소박한 식사도 꿀맛이다. 욕심이 없고 낙천적인 캄보디아 사람들은 간단한 한 그릇 식사자리에서도 충분히 행복하다.

 

   캄보디아 사람들의 주(住)생활은 농촌과 도시가 확연히 구분된다. 최근에 짓는 집들은 대부분 시멘트 2층집이다. 하지만 농촌은 아직도 캄보디아 전통의 나무집이 대부분이다. 캄보디아 전통 집은 나무 기둥을 사용한 필로티 공법으로 지어 1층은 빈공간이다. 더위를 피하고 야생동물로부터 안전하기 위해서다. 1층은 휴식공간으로 한쪽에 평상을 놓고 해먹이 걸려있다. 간단한 가재도구와 부뚜막이 있어 부엌 역할도 한다. 사방이 뻥 뚫린 구조라 그늘과 선선한 바람이 든다. 2층은 칸막이 없는 큰 방 하나로 되어 있다. 사계절 더우니 이부자리 없이 아무 데서나 잘 수 있는 구조다.

 

   캄보디아 농촌은 수도와 전기가 부족하다. 특히 건기에는 물이 부족하여 ‘삐엉’이라는 큰 물독에 빗물이나 지하수를 담아 놓고 쓴다. 농촌에 가면 모든 집들 앞마당에 큰 항아리가 보이는데 이게 물을 저장하는 삐엉이다. 캄보디아의 의식주 생활 속에는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그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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