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세안 각국의 고유한 아름다움
전통 복식에서 아세안 각국이 가진 독특한 미를 발견할 수 있다. 변화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전통 복식의 정체성을 살펴본다.글. 박희정 백석문화대학교 패션디자인과 교수
인도네시아의 전통 복식, 크바야
‘베트남’ 하면 가장 먼저 하얀 쌀국수를 떠올리곤 한다. 그리고 또 하나, 하얀 ‘아오자이’를 입은 여성들의 모습이 연상된다. 베트남어 áo dài는 ‘옷’을 의미하는 áo와 ‘길다’를 의미하는 dài가 합쳐진 말이다. 이름 그대로 길이가 긴 상의와 하의로 이뤄져 있다. 보통 결혼하지 않은 여자는 흰색 아오자이를 입고, 결혼한 여자는 화려한 색의 아오자이를 입는데, 베트남 거리의 하얀 아오자이 물결은 이러한 전통이 반영된 결과다.
인도네시아의 ‘크바야’는 비단같이 얇고 부드러운 천으로 만든 여성용 블라우스인데, 단추나 지퍼 같은 고정장치 없이 브로치를 사용해 여미는 것이 특징이다. 크바야는 과거 자바섬에 위치했던 마자파힛(Majapahit) 왕국의 궁정 복식에 그 기원을 두고 있으며, 사롱(sarong), 바틱(batik), 송켓(songket) 같은 전통적인 염색 옷감과 함께 착용한다. 초기에는 성스러운 옷으로 여겨져 왕족들만 입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네덜란드 식민 지배하에 유럽 여성들이 정장 드레스로 입으면서 대중화되었고, 소재 또한 수가 놓인 실크로 변하면서 더욱 화려해졌다.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마찬가지로 태국 역시 전통 복식에 있어 변화를 거듭했다. 11세기 초 롭부리(Lopburi) 지역이 크메르 제국의 영향을 받았을 당시에는 무릎 길이의 스커트 형식의 의상을 주로 입었다. 캄보디아에서 이 의상은 여성용은 ‘삼포트’, 남성용은 ‘사롱’이라 불린다. 이후 아유타야(Ayutthaya) 왕조에 이르러 여러 나라들의 영향을 받아 현재의 ‘쑤타이’로 정착된다. 요즘 쑤타이는 결혼식 등 중요한 행사 때 많이 입는다. 어깨를 드러낸 긴 원피스 스타일로 어깨를 감는 긴 천인 싸바이와 연결되어 있다. 여성미를 강조한 디자인이라 화려한 장신구와도 잘 어울린다.
라오스의 전통 복식은 ‘씬(sinh)’이라고 불리는 치마가 대표적이다. 실크나 면으로 만들며, 태국의 쑤타이처럼 중요한 행사 때 주로 입는다. 또한 미얀마는 긴 치마 형태의 ‘론지’를 남녀 모두 전통의상으로 착용한다. 날씨가 덥기 때문에 강한 햇볕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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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전통모자, 농(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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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전통 복식을 착용한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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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아오자이를 입은 베트남의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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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전통 복식을 착용한 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