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의 아세안
베트남에서 온 바둑 유학생 레린
오로지 바둑을 배우기 위해 연고도 없는 먼 이국땅으로 유학을 결심한 이가 있다. 고국인 베트남의 안정적인 생활을 뒤로하고 돌연 한국으로 온 레린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베트남에서 한국에 온 지 어느덧 5년째 접어들었다는 그가 바둑과 사랑에 빠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바둑을 배우기 위해 유학을 왔다는 점이 참 독특해요. 많은 국가 중 한국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따로 있었나요?
베트남에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프로 기사인 이강욱 8단에게 바둑을 배웠어요. 자연스럽게 바둑과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생겨 한국행을 결정했어요. 프로 바둑 기사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고, 바둑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싶었어요. 2016년 8월 한국에 와서 명지대학교 대학원 바둑학과에 입학했습니다.
바둑을 단순히 좋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잡지를 직접 창간한 점이 놀라운데요. <묘수>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대학원에서 바둑 공부를 하며 한국어나 중국어, 일본어 외의 언어로는 자료 찾기가 힘들다는 걸 알았어요. 이를 계기로 전 세계 바둑 팬을 위해 2017년 영어 바둑 잡지 <묘수>를 창간했어요. 6명의 멤버로 시작해 나중에는 20명의 인원이 함께 작업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죠. 잡지를 만드는 과정도 즐거웠고 바둑 팬들도 좋아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휴간 중이지만 멤버들이 다시 출판하고 싶어 해서 준비 중에 있어요.
독자분들에게 <묘수>를 소개해주세요.
<묘수>는 바둑 특유의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창간한 바둑 잡지예요. 전 세계의 바둑 뉴스부터 프로 기사 인터뷰, 기보 리뷰, 바둑 문화 등 바둑과 관련한 여러 내용을 두루 담았습니다. 여기에 미적인 요소도 고려해 이미지 선정에도 신중을 기울였어요. 패션 잡지처럼 감각적으로 제작하고자 공을 들였죠.
한국에서 생활하며 좋았던 점과 아쉬운 부분을 꼽는다면요?
한국은 바둑 강국이라 배울 점이 너무나도 많아요. 정보 접근성이 높은 게 큰 장점이죠. 또한 K-컬처가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어 패션 등 제가 관심 있는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것도 좋습니다. 아쉬운 부분은 아무래도 가족을 못 본다는 거죠. 특히 코로나19가 시작된 후로는 가족을 보러 갈 수도 없어 많이 아쉬워요. 다들 각자의 스토리가 있을 거예요. 원하는 일에 열심히 도전하고 주어진 삶 속에서 인생을 최대한 즐기면 좋을 것 같아요.